듣기가 어려운 이유는 지각 과정 자체가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장애 요인들을 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단 제한된 단기 기억의 용량으로 인해서 주변으로부터 유입되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모두 다 수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선택적인 지각이 불가피해집니다. 그나마 선택적으로 이루어지는 지각 작용 역시 의식적인 주의집중이 선행되어야만 하는데 이 역시 주의 집중을 방해하는 주변의 여러 가지 유형의 소음과 자기중심적 사고, 방어적 성향, 이기주의 등으로 인해서 쉽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상대방인 말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청자의 사고 속도로 인해서 생기는 '잔류 사고 여유' 때문에 사람들은 듣기에 집중하기보다는 곁길로 빠져서 딴생각하곤 합니다. 또 추론 과정에서도 상대방의 외모나 말솜씨, 단편적인 행위 등만을 보고 성급한 판단을 내리거나 즉흥적인 추론이나 잘못된 일반화를 함으로써 내용을 왜곡해서 듣기 쉽습니다.
그렇지만 의사소통에 능한 사람들은 아주 남다른 경청 능력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경청의 방법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적용하여 적극적이면서도 전략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들을 줄 압니다. 듣기를 잘하는 사람은 듣기가 화자가 전달하는 내용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과정이 아니라 메시지를 듣고, 들은 메시지를 해석하고 평가하며 상대방의 메시지에 대해서 적절하게 반응을 보이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지는 능동적인 과정임을 압니다. 듣기를 잘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과정을 인지적으로 조절할 줄 알며 담화 상황과 목적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들을 줄 압니다.
듣기의 유형을 크게 분석적 듣기, 공감적 듣기, 대화적 듣기로 나눠 효과적인 듣기 방법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1. 분석적 듣기
분석적 듣기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부분으로 쪼개서 각 부분을 서로 분석하고 검토함으로써 그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이 듣기 방법은 강의나 선거 유세 연설, 뉴스 등의 각종 보도 자료,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의 매체를 통한 광고 등 주로 비판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 의사소통에서 유용합니다. 분석적 듣기 방법의 목적은 단순히 들은 정보를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이나 견해에 대하여 지적인 재검토 과정을 거쳐서 비판적으로 이해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비판적'이란 말의 의미는 무조건 상대의 말을 부정한다는 것이 아니라 들은 내용을 확인하고 그 내용을 살펴서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 몇 가지 판단 범주에 비추어 보아서 그 타당성을 검증해 보고 나서 신중하게 결론을 내린다는 의미입니다.
분석적 듣기 방법은 논의되고 있는 내용의 타당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비판적인 검토를 행하는 과정을 통해서 상대방의 신념이나 추론에 대한 이해를 발전시키고 더 나아가 자신의 신념이나 추론에 대해서도 보다 잘 인식할 수 있도록 해 줍습니다. 분석적 듣기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듣는 공감적 듣기나 상호 간의 이해라는 측면에서 듣는 대화적 듣기와는 달리 어디까지나 자신의 관점이나 입장을 견지하면서 메시지를 듣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분석적 듣기 능력을 신장시키는 구체적인 방법>
주의 집중해서 들을 준비를 합니다.
주의가 산만한 상태이거나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는 절대로 잘 들을 수 없습니다. 상대방이 잘 보이는 자리에서 가능하면 편안한 자세를 취하면서 상대방의 말을 잘 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이 단계에서 듣기를 방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유형의 소음을 차단하고 상대방을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들은 내용을 조직화합니다.
분석적 듣기에서 들은 내용을 조직화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용을 조직할 때는 먼저 전달받은 메시지의 목적, 핵심 내용, 세부적 내용 등을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들은 내용을 조직하는 방법에는 중심 내용으로 조직하는 방법, 전체 이야기 유형을 중심으로 조직하는 방법, 이야기가 전환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조직하는 방법, 간단한 메모를 통해서 조직하는 방법, 기억술을 활용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들은 내용에 대한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려봅니다.
상대방의 말을 다 들어보지도 않고 지레짐작해 버리거나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듣기 방법은 상대방에게 결례가 될 뿐 아니라 현명하지 못한 방법입니다. 항상 상대방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기 전에 먼저 그의 말을 끝까지 다 듣고 나서 전체적인 관점에서 내용을요 찬찬히 조망해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분석적 듣기의 핵심은 상대방의 의견이나 입장에 대해 무조건 동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그 밑바탕이 되는 사정이나 전제를 꼼꼼히 검토해 보고 아울러 자신의 관점을 되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자세야말로 비판적 사고의 토대가 됩니다.
조용히 핵심 내용을 재진술해 봅니다.
2~3분 간격으로 자신의 이해한 내용을 자기 말로 조용히 재진술해 보는 것은 일단 자기 뇌세포를 한번 거친 내용이기 때문에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가의 이어 부를 가늠하게 해주는 훌륭한 지표가 됩니다. 만약 상대방이 전달한 내용을 자기 말로 바꾸어 요약하지 못했다면 들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청자는 재진술 과정을 통해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내용은 무엇인지, 상대방에게 질문할 필요가 있는 내용은 무엇인지를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상대방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합니다.
상대방이 전달한 메시지가 얼마나 진실하고 믿을 만한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평가의 과정에서는 우선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느 부분이 상대방이 내세운 주장인지를 구분하고 그가 자신의 주장을 어떤 방식으로 입증하는가를 주목해서 살펴보아야 합니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가 적절한 것인지, 그 논거가 양적인 면에서 충분하지, 질적인 면에서 타당하고 신뢰성이 있는 것인지 등을 꼼꼼히 살펴 주장의 타당성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과연 이러한 메시지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자문해 봅니다.
이러한 질문 과정을 통해서 내용의 관련성을 확인하고 나아가 상대방의 견해가 자신의 견해와 어떤 부분에서 일치하고 어떤 부분에서 다른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관점만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견해와 대립하는 관점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취하게 됩니다. 또 이러한 검토 과정을 통해서 흔히 저지르기 쉬운 성급한 판단이나 왜곡된 이해를 피하기보다 신중하게 반응할 수 있게 됩니다.
2. 공감적 듣기
공감적 듣기란 상대방의 말을 분석하거나 비판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입의 차원에서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습니다. 칼 로저스는 공감적 듣기란 편견 없이 상대방의 개인적인 인식의 세계로 들어가서 그 사람에 대해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되는 감정이입은 일단 상대방의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모든 판단 오늘 유보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자신이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공감적 듣기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방어벽을 허물고 신뢰와 친밀감을 갖도록 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 감정이입 기술은 어떤 의미에서 인간의 상호작용적 의사소통과정에 가장 필요한 능력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방이 자기 말을 귀 기울여 들어주고 그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감정이입 차원에서 상대방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이 상대방이 느끼는 것과 똑같은 감정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단지 상대방의 처지나 입장에서 그가 가질 수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최대한 인정해 주고 수용하려는 자세와 노력이 중요할 뿐입니다. 이러한 공감적 듣기는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나 교사, 관리자, 전문적인 카운슬러 등에게 매우 필요한 기술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공감적 듣기의 핵심은 자신의 견해를 개입시키지 않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들어주기에 있습니다. 들어주기에는 소극적인 들어주기와 적극적인 들어주기가 있는데 소극적인 들어주기는 상대방에게 관심을 표명하면서 화자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화제의 맥락을 조절해 주는 격려하기 기술이 중심축을 이룹니다. 이에 비해 적극적인 들어주기란 청자가 객관적인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화자의 말을 요약, 정리해 주고 반영해 주는 역할을 통해서 화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들어주기 기술은 최근 상담 기법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공감적 듣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용적이고 비판적이지 않으며 윤리적으로 판단되지 않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고,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들으면서 상대방이 기꺼이 자신이 이야기를 더 많이 끌어낼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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