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거리의 활용
공간과 거리는 의사소통 과정에 알게 모르게 미묘한 방식으로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이 자기 주위의 공간에 어떻게 반응하고 공간과 상대와의 거리를 이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는가에 관심을 가지고 미국에서 연구되기 시작했습니다.
근접공간의 경계성
동물들 사이의 영토와 마찬가지로 사람 역시 자기 나름의 개인적인 공간 안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서로 간에 남의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과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데 이 공간은 근접공간이라는 개념이라고 합니다. 사람에 따라 개인적인 근접공간의 경계 설정 양상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이 자신만의 절대적인 공간을 본능적으로 요구하고 이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불안감이나 위협감을 강하게 느끼게 됩니다.
예를 들어, 특정 공간 안에서 인구밀도가 지나치게 조밀하면 사람들은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공격적인 성향이 증가되는 경향을 보이게 됩니다. 또 대부분의 여성은 밀폐된 엘리베이터 안이나 만원 버스 안에서 필요 이상으로 근접해 있는 낯선 남성에게서 불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개인적인 공간 안에 낯선 사람이 들어와 있다는 그 불안감 때문에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아드레날린이 혈류 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등의 신체상의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상대방에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상대방과 최적의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지하철이나 승강기, 영화관 같은 곳에서 불가피하게 상대방의 근접 공간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경우라면, 가능한 한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거나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는 등의 노력으로 이 불가피한 침입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호작용할 때 사용하는 거리의 4가지 종류
친밀한 간격 : 15~46cm, 상대방의 숨이 느껴질 정도의 거리로 자신의 소유물처럼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정서적으로 친밀하게 느끼는 연인이나 배우자, 부모 자식의 관계, 아주 가까운 친구나 친척 등이 해당됩니다.
개인적인 간격 : 46cm~ 1.2m, 팔을 뻗어서 닿을 정도의 거리. 이 거리는 사교모임이나 가까운 친구모임 등에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접촉할 수 있는 거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조용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거리입니다.
사회적인 간격 : 1.2~3.6m. 보통 목소리리로 말할 때 들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입니다. 낯선 사람과 유지하는 일반적인 거리이며, 일반적인 의사결정, 물건을 사고팔고 하는 사회적 활동에 적합한 거리로 주로 대인 업무를 수행할 때 사용됩니다. 이 거리는 종종 지배를 나타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데 감독관이 지위를 나타내기 위한 방법으로 이 거리에 앉아 있는 고용인을 응시할 수 있거나 고용인으로부터 이 정도 거리에 놓여 있는 큰 책상에 앉음으로써 지위를 드러내기도 합니다.
공적인 간격 : 3.6m 이상. 목소리를 높여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리입니다. 교사가 학생에게 강의를 한다거나 많은 사람에게 연설이나 강의를 하려고 할 때 편안하게 느끼는 거리입니다.
거리에 대한 문화적 차이
거리 개념은 문화마다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끔 서로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의사소통을 할 때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라틴 문화 사람들은 친밀간격이 더 좁기 때문에, 다른 문화에서 온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시작한다면 라틴 사람은 자신이 편안하게 느끼는 개인적 영역으로 가까이 움직일 것이고 다른 문화인은 자신의 친ㄴ밀간격 영역을 침범당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껴서 뒤로 물러날 것입니다. 라틴인은 이런 모습을 보고 냉정한 사람이라고 상대를 생각할 것이고 상대는 예의도 모르는 뻔뻔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공간을 서로 존중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줄을 설 때도 앞사람과의 간격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서양 사람들에게는 앞사람에게 바짝 다가서서 줄을 ㄹ서는 한국 사람들의 행동이 무척이나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문화에 속하는 사람들끼리의 의사소통에서 거리에 의한 공간언어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거리로 표현하는 감정과 지배계층
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한 가지의 방식이 되기도 합니다. 사람 간의 거리에 의해서 친소 관계나 상하관계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두 사람 간의 거리가 좁으면 좁을수록 서로 간의 관계가 더 친밀하고 대등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 대인 거리는 화제의 성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대개 개인적이고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되도록 가까운 거리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공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는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서 이루어집니다.
거리와 공간의 문제는 지배와 권력의 문제와도 관련성을 지닙니다. 대개 우세한 동물들이 열등한 동물보다 더 큰 공간을 차지하는 것처럼 인간도 지배계층은 소외 계층에 비해 훨씬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합니다. 이러한 상관성은 특정 공간 안에서의 좌석 배치 등에서도 쉽게 확인됩니다. 고용주는 피고용주와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지점에 보다 큰 책상을 차지하고 아무리 작은 모임에서라도 지도자는 상석을 차지합니다.
탁자 모양에 따른 영향
방의 배치, 회의 탁자 모양 등의 공간적인 요소 역시 대인 의사소통의 전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사각형 탁자에 앉은 사람들보다 원형 탁자에 앉은 사람들이 더 평등하게 의사소통을 한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탁자를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마주 보고 앉는 것은 경쟁관계로 지각되기 쉽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대각선이나 모서리와 모서리 배치는 협력적인 관계로 보이기 쉽습니다. 대각선으로 앉게 되면 탁자나 책상 모서리가 자신의 영역으로 원치 않는 침범을 해 오는 것에 대해 어떤 안전지대를 형성하면서도 밀접한 접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공간이나 위치에 대해서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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