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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의사소통시 지켜야 하는 것, 협력의 원리

by 생활인문학 2023. 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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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 시 지켜야 하는 원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낯선 사람과도 의사소통을 자연스럽게 이어 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분명 의사소통이 어떤 일정한 원리나 규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의사소통 능력에 내재하여 있는 원리에 의해 누구와도 금방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언어적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원리는 무엇일까요.

말을 주고받는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화자와 청자의 협력을 전제하는 행위입니다. 화자는 상황이나 주제에 맞게 말을 하고 청자는 화자의 말을 근거로 상대방의 의도를 여러 단서를 바탕으로 하여 추론합니다. 의사소통은 이렇게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추구하려는 화자와 청자의 협력에 의해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의사소통이 협력의 원리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말을 주고받는 화행 차원의 목적뿐만 아니라 관계적 목적도 중시되기 때문입니다. 의사소통의 관계적 목적은 상대방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대우하는 태도가 전제되어야만 이루어집니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이렇게 상대방을 존중하고 대우하는 태도는 공손 성의 원리를 통해서 실현됩니다. 

하지만, 협력의 원리와 공손 성의 원리만으로도 의사소통은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의사소통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긴장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체계이기도 합니다. 의사소통의 역동성은 인간의 본성인 독립성과 연관성 사이의 긴장 관계에 의해 발생합니다. 자신의 독립성을 최대한 확보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과의 연대감을 추구하려는 이 두 가지 욕구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면서 상대방과의 최적의 거리를 유지하고자 하는 적절한 거리 유지의 원리를 통해서 또 다른 의사소통의 토대가 마련됩니다. 

이제 협력의 원리, 공손 성의 원리, 적절한 거리 유지의 원리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 협력의 원리 

대화가 진행되는 각 단계에서 대화의 방향이나 목적에 의해 요구되는 만큼 기여를 하라.

협력의 원리란 대화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인 상호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으로 사람들이 대화할 때는 반드시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의사소통의 흐름에 맞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화자는 대화의 목적, 의사소통의 상황맥락, 의사소통의 흐름과 일치되는 발화를 통해 청자와의 결속성을 유지하고, 청자는 상대방의 발화를 의사소통의 목적과 상황맥락과 관련하여 추록하고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어머니 : 너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아들: 아니요
어머니 : 무슨 일인데 그래, 표정이 아주 어두운데
아들: 아무 일도 없었다고요.
어머니 : 그러지 말고 얘기해 봐. 엄마가 도와줄 수 있으니까.
아들: 상관 말고 나가요. 내 일은 애가 알아서 해요.



협력의 원리를 무시한 대화의 예입니다. 의사소통아 가운데 누군가가 협력의 원리를 위배하면 대화는 더 이상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인간관계 자체에 장애를 가져오는 요소가 되며 습관적으로 협력의 원리를 위배하는 사람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없게 됩니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화자의 관점에서는 가능한 범위에서 협력의 원리를 준수하겠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지만 관점에서는 상대방이 협력의 원리를 위배했다고 해서 무조건 불쾌해하고 대화를 단절하기 전에 상대방의 심중과 의도를 더 세심하게 살피려는 마음가짐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1) 양의격률

주고받는 대화의 목적에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제공합니다.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말아야 합니다.

양의 격률은 필요한 양만큼의 정보만을 제공하나니 것으로 필요 이상으로 많은 정보를 제공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의사소통하는 동안은 화자와 청자 간의 정보 공유 현상이 진행됩니다. 언어의 정보 전달 기능과 관련이 있는데 우리가 대화를 통해 서로 가까워지기도 하고 서로를 알아 가도록 해 주는 기본적인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정보를 전달한다고 하여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의 정보를 발설하거나 최소한의 정보도 주지 않는 경우 양의 격률을 위반한 것이 되어 바람직한 대화를 가로막게 됩니다. 



(2) 질의 격률

진실한 정보만을 제공하도록 노력합니다.
거짓이라고 생각되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증거가 불충분한 것은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질의 격률은 진실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화자는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나 타당한 증거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아야 합니다.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이나 황당무계한 말을 잘 꾸며내는 사람들은 질의 격률을 어기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들도 협력의 원리에 바탕을 두어 의사소통을 이룰 수는 있지만 바람직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질의 격률을 지키는 것이 일반적인 의무입니다. 질의 격률을 자꾸 위배하다 보면 인간관계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3) 관련성의 격률


적합성이 있는 말을 합니다.
관련성의 격률은 적합성이 있는 말을 하라는 것입니다. 적합성이 있다는 것은 주어진 주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고 또 그 의사소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적당하다고 판단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실 대화를 이루는 협력의 원리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관련성의 격률을 지키는 것입니다. 양이나 질의 격률을 위배하는 경우 데오 관련성이 있는 의사소통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관련성의 격률은 대화를 유지하는데 기본이 되는 것이어서 관련성이 없는 대화를 계속 나누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대화를 나누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대화하고 있는 화제나 방법과 관련이 있는가를 파악하고 주어진 상황 속에서 가장 적합한 맥락을 선택하여 대화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4) 태도의 격률

명료해야 합니다.

모호한 표현은 피해야 합니다.
중의성을 피해야 합니다.
간결하게 말해야 합니다.
조리 있게 순서대로 말해야 합니다.
태도의 격률은 한마디로 간단명료하게 말하라는 것입니다. 말할 때는 자기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첫째, 모호성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모호성이 나타나는 원인은 나타내려고 하는 생각 자체가 모호한 것이라기보다는 그 생각을 언어로 표현할 때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데에 있습니다. 모호한 표현을 사용하는 동기는 상대방에게 유식한 것처럼 꾸미려는 경우이거나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상대방에게 알리는 것을 꺼리는 경우입니다.

둘째, 중의성을 피하라는 것입니다. 중의성이란 하나의 표현이 둘 이상의 의미로 해석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동음이의어를 사용하여 중의성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예쁜 동생과 친구'와 같은 구조적인 중의성(동생이 예쁘다는 것인지 동생과 친구가 예쁘다는 것인지 알 수 없음), 어떻게 오셨어 요와 같은 문장 자체가 중의성(무슨 일로 왔냐는 건지 뭐를 타고 왔냐는 건지)을 띠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휘적인 중의성은 문맥에 따라 쉽게 그 의미를 가려낼 수 있지만 구도적 중의성이나 문장의 중의성은 파악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화자가 말을 할 때 중의적인 표현을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간결하다는 것입니다. 될 수 있는 한 같은 말은 반복하지 말고 짧고 간결하게 표현하라는 것입니다.

넷째, 조리 있게 순서대로 말 하나는 것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들을 상황에 맞게 순서에 따라 조리 있게 제시하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보통 보편적인 순서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는데 아침-점심-저녁이라 동서남북과 같은 순서개념들을 뜻합니다. 이와 같은 개념은 정보의 처리와 저장을 쉽게 하기 위한 우리의 자동적인 인지 체계이므로 말을 할 때도 시간이나 공간적인 순서에 따라 이야기하는 것이 청자를 고려한 말하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협력의 원리들은 대화를 원활히 하기 위한 아주 바람직한 지침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모든 대화에 적용하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어디까지가 필요한 말이고 적절한 말인지, 또 그 내용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구체적인 기준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데 사람들은 의도적으로 격률을 위배하며 말하지만 의도를 함축적으로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화는 위의 몇 가지 지침으로 움직인다기보다는 대화 상황, 문맥, 이야기에 대한 배경지식, 상대방에 대한 태도 등의 제반 요인이 모두 작용해서 이루어지는 복합적이니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단순하게 대화 격률을 지키고 안 지키고는 문제가 아니라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협조하려는 마음가짐이나 태도의 문제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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